사진기 고치기

 


  인천으로 마실을 온 김에 사진기 고치는 곳에 들른다. 형네 집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 천천히 골목을 돌아 세 시간에 걸쳐 사진을 찍으며 찾아간다. 내가 쓰는 사진기를 보여주면서 망가진 곳을 고치는 데에 얼마쯤 들는지 여쭌다. 18만 5천 원이 든단다. 나는 고흥 시골집으로 택배로 받아야 하니까 19만 원 드는 셈이다. 내 사진기는 캐논450디. 이 기종을 요즈음 새로 장만하자면 29만∼35만 원쯤 든다. 지난해에 한 번 고치는 데에 15만 원 남짓 썼는데, 또 이만큼 들여야 한단다. 한동안 망설인다. 고치라고 할까. 새로 사는 쪽이 나을까. 내부 청소는 되느냐고 여쭌다. 한 시간쯤 기다리면 된단다. 조금 더 생각한 끝에, 부속 고치자는 생각은 접고, 내부 청소를 맡긴다.


  가까운 피시방에 들러 편지를 읽고 글조각을 매만진다. 세 시간 남짓 무거운 가방 메고 걸었더니 어깨가 뻑적지근하다. 오늘은 고흥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듯하다. 옆지기가 두 아이와 얼마나 즐거우며 아름다운 하루를 누리는가 어림해 본다. 내가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고 옆지기는 바깥마실을 다닌다 할 적에 나는 아이들하고 얼마나 웃고 노래하며 지냈는가 되새겨 본다.


  우리 서로 예쁜 기운 스스로 빚으며 하루하루 즐기자. 아름다이 나눌 꿈을 생각하고, 환하게 피울 꽃을 생각하며, 따사로이 어깨동무할 손길을 생각하자. 4345.12.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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