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요가 중
수지 아네트 지음, 김덕 사진, 고진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내 마음속 하느님을 찍는 사진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15 : 김덕, 《아기는 요가 중》(바다출판사,2006)

 


  어른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어른들이 사진잔치를 엽니다. 어른들이 사진책을 내놓고, 사진비평을 하며, 사진강의를 합니다.


  어른들은 사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찍을까요. 어른들은 사진으로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기에 사진잔치를 열까요. 어른들은 스스로 어떤 꿈을 누리는 삶이기에 사진책을 엮을까요. 어른들은 이웃이랑 어떤 넋으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비평을 할까요. 어른들은 어떤 삶말을 아끼면서 사진강의를 펼치거나 듣는가요.


  아이들 사진을 담은 《아기는 요가 중》(바다출판사,2006)이라는 사진책을 읽으며 오래오래 생각에 잠깁니다. 사진책 《아기는 요가 중》을 읽다 보면, “나마스테, 내 안에 있는 신이 그대 안에 있는 신을 알아봅니다.” 하는 대목이 슬며시 나옵니다. 그래요. 아이들 모습이 하느님을 닮아 아이들 모습을 사랑스럽게 사진으로 담지는 않아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참말 너희는 하느님을 닮았구나’ 하고 느끼는 ‘사진기 손에 쥔 어른’ 또한 스스로 하느님이기에, 아이들 눈빛을 맑게 들여다보며 ‘하느님 모습을 사진으로 옮길’ 수 있어요.


  믿기 힘들다고요? 그러면 생각을 기울이셔요.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어른인 당신도 스무 해 앞서, 또는 마흔 해 앞서, 또는 예순 해 앞서, 더없이 사랑스러우며 해맑은 어린이였어요. 비록 오늘 당신은 ‘어른이 되면서’ 맑은 눈빛과 고운 손길과 환한 말빛을 잃거나 잊었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코앞에서 마주하는 동안 시나브로 ‘어린이마음’으로 돌아가요. 어른인 당신 스스로 어린이마음으로 돌아가면서, 비로소 당신 또한 하느님인 줄 새삼스레 깨닫고는, 아이들 가슴속에 깃든 하느님을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어요.


  마음을 읽으며 사진을 찍어요. 마음을 나누며 사진을 나눠요. 마음을 아끼며 ‘내 사진에 담기는 이웃사람 삶’을 나란히 아껴요.


  이웃을 사랑할 때에 이웃을 사진으로 담는다지만, 이웃사랑에 앞서 무엇보다 ‘참다운 나를 사랑하는 넋과 눈길과 손길’이어야, 이웃 앞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느 이웃을 사랑하겠어요.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어느 동무한테 너 좋아해 하고 말하겠어요. 내가 나를 즐기거나 누리지 않는데, 어찌 사진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즐기겠어요.


  스스로 고운 손길 북돋아 주셔요. 사진기를 쥘 적에는 언제나 고운 손길 되어 주셔요. 그리고, 사진기를 내려놓고 연필을 쥐거나 부엌칼을 쥐거나 걸레를 쥐거나 빨래집게를 쥘 적에도 고운 손길로 이어지도록 북돋아 주셔요. 회사에 나가 일을 하든, 가게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든, 언제 어디에서라도 스스로 고운 손길 아름다운 한 사람 되어 주셔요. 이때에 시나브로 사진빛 환하게 온누리를 따사로이 적시리라 믿어요.


  아이들은 내 앞에서 요가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내 앞에서 하느님 몸짓을 해요. 자, 아이들 앞에 선 어른인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당신도 아이들 앞에 서서 하느님다운 몸짓으로 웃나요. 그저 사진기 단추만 눌러대나요. 아이들과 같은 하느님 되어 서로 맑게 뛰놀고 까르르 노래하면서 하루를 누리는가요. 4345.12.11.불.ㅎㄲㅅㄱ

 


― 아기는 요가 중 (김덕 사진,수지 아네트 글,고진하 옮김,바다출판사 펴냄,2006.11.20./8500원)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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