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즐기는 마음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며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많습니다. 집안에서 놀아도 되고, 집밖에서 놀아도 됩니다. 집안에서는 그림책을 갖고 놀 수 있지만, 이밖에도 모든 것을 갖고 놀 수 있으며, 손가락이나 눈짓이나 목소리로도 놀 수 있어요. 집밖에서는 마냥 뛰면서 놀 수 있고, 풀밭에 드러눕거나 하늘바라기를 하거나 천천히 거닐며 놀 수 있어요.
아이들과 살아가며 놀고 누린 이야기를 틈틈이 사진으로 찍습니다. 나는 아이들이랑 책으로 노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렁저렁 그러모아 봅니다. 그림책 겉모습이나 속모습을 보여주어도 즐거우리라 생각하지만, 그림책은 저마다 스스로 아이들과 함께 책방마실을 즐기면서 몸소 느낄 때에 한결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시골에서 뛰놀다가 때때로 ‘책이랑 부대끼며 노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주어도 ‘그림책 함께 읽기’를 이룰 수 있다고 느껴요.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늘 생각하는데, 책에는 아무런 길이 없어요. 길은 나 스스로 누리는 삶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어떠한 넋으로 어떠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비로소 길을 열어요. 책 하나란, 나 스스로 여는 삶길을 함께 걸어가는 슬기로운 벗님입니다. 이를테면 ‘책벗’이나 ‘책동무’라 할 만해요.
이 나라 시골에서 살아가거나 서울에서 살아가거나, 모두들, 그림책을 비롯해 동화책이랑 동시집이랑 청소년문학이랑 어른문학이랑 인문책이랑 환경책이랑 사진책이랑 모든 이야기책을 사랑스레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삶으로 빛내는 사랑이 책 하나 읽으면서 환하게 피어날 수 있기를 빌어요. 아이들과 얼크러지며 키우는 꿈을 책 하나 길동무 삼아 씩씩하게 한삶을 누리면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살찌울 수 있기를 빌어요. 4345.1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