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형필름으로 사진 찍는 이들한테는
이 사진기가 무척 남다르며 애틋할 텐데,
두 아이와 살아가면서
이 사진기를 건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한참 망설인다.
(사진기 사진을 지난 2012년 10월 28일에 찍고
오늘 12월 8일에서야 겨우 갈무리한다)
어렵사리 장만한 지
반 해가 지났으나,
다섯 살, 두 살 아이들과 부대끼며
집살림을 도맡는 동안
정작 이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사진을 찍을 겨를이 거의 없다.
그래도, 먼 앞날을 헤아리며
이 사진기를 알뜰히 건사하는 쪽이 나을까,
오늘 내가 안 쓰는 사진기라면
오늘 이 사진기를 쓰고픈 누군가 있을 때에
내 '살림돈(생활비)'을 벌면서
이 사진기를 파는 쪽이 나을까.
이 사진기는 300만 원에 샀으니,
앞으로 이 사진기를 팔아서
다시 사야 한다면
이보다 더 웃돈을 주어야 살 수 있으리라.
내가 이 사진기를 판다면,
개인과 개인으로 직거래를 할 때에는
250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사진기를 잘 묵히면,
이 사진기로 우리 고흥 시골마을 땅뙈기를 살 돈이 될까.
마음은 팔아야 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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