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눈
태어난 날 먹는 떡은 생일떡이라면, 태어난 날 맞이하는 눈은 ‘생일눈’이 될까. 12월부터 2월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생일눈’ 맞이하기 좋으리라. 나는 12월 가운데에서 ‘큰눈’ 절기인 양력 12월 7일에 태어났기에, 나 태어난 날에 큰눈 좀 맞이할 일이 많을까 싶기는 했지만, 아직 나 태어난 날에 큰눈 맞이한 적은 두 차례쯤밖에 안 된다. 이날 나와 나란히 태어난 다른 이웃도 나와 비슷한 생일을 맞이했겠지. 어젯밤은 구름 거의 없이 맑고, 오늘 아침은 뿌옇더니, 열한 시를 넘어가면서 하나둘 눈송이 날리더니 함박눈이 된다. 요즈음 전남 고흥에서는 눈을 보기 힘들지만, 뜻밖에 아침부터 한낮까지 눈발이 퍼붓는다. 어인 일일까. 올겨울은 몹시 추운 나날이 되려나.
해가 사라진 하늘에서 퍼붓는 눈은 논이며 밭이며 숲에 흐드러지게 떨어진다. 그렇지만 쌓이지는 않는다. 포근한 날씨에 내리는 남녘땅 눈발이니까. 한 시쯤 될 무렵 해가 방긋 고개를 내밀고, 두 시쯤 되니 눈이 모두 녹는다. 숲에는 드문드문 눈자국이 남는다. 고흥 위쪽 벌교나 보성이나 순천만 하더라도 눈이 제법 쌓였으리라 생각한다. 구례를 지나 임실쯤 되면 눈이 수북수북 쌓였겠지.
모처럼 찾아든 생일눈을 고맙게 구경한다. 고흥 시골마을 눈밭 모습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 하던 이웃한테 사진 몇 장 보여줄 만하다. 한껏 퍼붓던 눈발 사이를 뚫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우리 보금자리 도화면 동백마을 모습을 담는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