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 싶은 선물
해마다 돌아오는 나 태어난 날을 보름쯤 앞두고 형한테 전화를 걸어 ‘형한테 선물을 해 주지는 못하면서 동생이 선물을 바라는데, 우리 시골집 겨울 날 수 있게 한 달치 기름 넣어 줘.’ 하고 말했다. 형은 동생한테 한 달치 보일러 기름에다가 두 달치를 덤으로 얹어 주었다. 형한테서 선물을 고맙게 받으며, ‘내가 동생 아닌 형 자리에 있을 적에도 이와 같이 선물을 해 줄 수 있을까 헤아려 본다. 아마 나도 우리 형처럼 마음을 쓰지 않을까?
해마다 나 태어난 날이면, 내가 나한테 선물을 해 보곤 한다. 오늘만큼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여느 때에 망설이던 퍽 비싼 책 한두 권 스스로 선물하곤 한다. 지난 2011년 온빛사진상을 받은 한설희 님 사진책이 나왔으니 이 책을 선물해 볼까. 아직 구경해 보지 못한 헬렌 레빗 님 사진책이나 브루스 데이비슨 사진책을 선물해 볼까. 그러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할 무렵, 아이들이 나를 부르고, 이런 집일 저런 집살림 건사하는 사이 하루해가 저문다. 12월 6일이 저물면서 12월 7일 새벽이 된다.
큰아이 쉬를 누이며 기지개를 켠다. 새 아침에 할 빨래가 어느 만큼 있나 어림한다. 엊저녁 마친 빨래는 잘 마르는가 만져 본다. 새 아침에 차릴 밥상을 헤아린다. 자는 아이들 이불을 여민다. 방바닥 불기를 살핀다. 오늘 하루도 쏜살같이 지나가겠구나 생각한다. 아이들 데리고 서재도서관에 가서 뛰놀기도 하고, 마을숲이나 마을들을 거닐자고 생각한다. 즐겁게 잠들어 즐겁게 일어나며 맞이하는 햇살이 바로 내가 스스로 건네는 선물이 되겠지. 한겨울에 접어든 새벽나절, 바람 없이 고요한 시골자락 하늘이 고운 선물이라고 느낀다. 따스한 저녁이 흐른다. 4345.1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