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집살림

 


  여드레만에 고흥집으로 돌아오면서 새삼스레 집일꾼으로 돌아온다. 엊저녁 잠자리에 들기 앞서 누런쌀을 헹구어 불리고, 새벽 일찍 조용히 일어나 미역을 잘라 불린다. 아침이 되어 빨래를 하고, 작은아이 똥바지를 갈아입히며 똥옷 빨래를 한다. 이동안 밥물을 앉혀 보글보글 밥을 끓이고, 이윽고 불린미역에 무와 호박과 감자와 가지를 송송 썰어 참기름을 두르고는 볶는다. 여드레 빨래가 퍽 많아 빨래기계를 빌리려 했더니 빨래감이 넘친다. 한 꾸러미를 빨래기계에서 꺼내어 손으로 빨래한다. 이사이 밥물이 제법 끓기에 불을 줄이며 어느 만큼 익는가를 살핀다. 손으로 빤 옷가지를 마당에 널며 슬슬 녹는 눈을 구경한다. 이제 미역 넣은 냄비에 물을 더 부으며 불을 키운다. 밥냄비를 살핀다. 밥은 거의 다 된다. 어떤 찬거리를 올릴까 생각하는데, 큰아이는 평상에 쌓인 눈을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눈맛을 본다. 바지런히 사진 몇 장 찍는다. 이제 밥불은 끊다. 미역국에 새우젓이랑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조글조글 끓는 미역국 불을 작게 줄인다. 아이들이랑 조금 어울려 놀다가 미역국 불을 끈다. 조금 뒤 장인 어른이 고단한 몸 일으켜 기지개를 켜면, 오이랑 연뿌리를 숭숭 썰어서 아침 밥상을 차려야지. 일산부터 고흥까지 눈길을 열 시간 달리셨으니 얼마나 고되실까. 장인 어른 일어나실 즈음 빨래기계도 빨래를 마치겠지. 따사로운 햇살 드리우며 온 들판 따사로운 바람 살랑이는 낮 동안 빨래는 모두 잘 마르리라. 4345.1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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