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는 그림

 


  아이들은 종이에도 그림을 그리고, 방바닥이나 벽종이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빈종이에도 그림을 그리고, 뒷종이나 광고종이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때로는 책이나 빛종이에도 그림을 그려요. 손바닥이나 무릎에 그림을 그리고, 무엇보다 모래밭이나 흙땅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오래도록 건사하는 어딘가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린 뒤 곧바로 사라질 만한 데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두고두고 남겨 오래오래 간직하려’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거든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바로 이곳에서 즐거우려’는 마음이거든요.


  따로 ‘그림그리기’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놀이’라고 할 테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놀이 테두리를 벗어납니다. 삶이고, 꿈이며, 사랑입니다. 살아가며 꿈을 꾸고 사랑하기에 마음껏 그림을 그립니다.


  마당 한쪽에 흙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반반하게 다진 다음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그림은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그린 아이 마음에, 또 이 그림을 들여다본 내 마음에, 오래오래 예쁜 자국 아로새깁니다. 4345.1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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