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묻이
고흥집에서는 마당에 빨래를 널다가 집안으로 들여 옷걸이에 꿰어 널면 어느새 보송보송 마르는 겨울빨래인데, 옆지기 어버이 지내는 일산집에서는 방바닥 이불 밑에 어느 만큼 마른 빨래를 판판하게 깔아야 비로소 보송보송 마른다. 이레째 일산집에 머물며 한밤에 틈틈이 깨어 이불 밑 빨래를 뒤집는다. 빨래 때문에 일부러 깨지는 않는다. 옆에 누운 아이들이 자다가 자꾸 이불을 걷어차니까 이불을 다시 여미느라 부시시 깨어 이불을 덮어 주고는 빨래를 뒤집는다. 바깥마실 하느라 아이들 옷가지는 몇 벌 안 챙겼기에, 아이들 모두 잠들고 나서 아이들 이듬날 입을 옷을 바지런히 빨아서 말린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앞서 아이들이 새 아침에 입을 옷이 모두 마른다. 잘 되었다. 잘 되었어. 4345.1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