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오리떼
일산집에서 나흘째 묵는다. 어제와 오늘 아침나절에 오리떼 소리를 듣는다. 웬 오리떼 소리가 나는가 하고 궁금해 바깥으로 나오면, 어디에선가 스물∼서른 마리쯤 되는 오리떼가 하늘을 훨훨 날며 논다.
옆지기 어버이가 살아가는 일산집은 아파트숲하고 멀찍이 떨어진다. 변두리에서도 변두리라 할 일산 언저리인데, 이 둘레는 거의 논밭이다. 아마 논밭 사이를 흐르는 냇물에서 먹이를 찾는지 모르고, 조그마한 못물이 있어 그곳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으리라. 오리한테는 먹이 있고 물이 있으면 쉴 자리가 될 테니, 이러저러한 데에서 날갯짓을 쉬면서 배를 채우겠지.
큰아이한테 살그머니 묻는다. “벼리야,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니?” “음, 새소리요.” “오리야. 새는 새인데 오리야.” “오리요?”
시골집을 떠나 도시로 마실을 나왔는데, 이렇게 아침나절에 오리떼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반갑다. 도시가 커지도 또 커진다 하더라도 도시 한복판에 논밭이 있고 냇물이 있으며 숲이 있으면 얼마나 어여쁠까. 사람만 돈을 버는 터전인 도시가 아니라, 사람도 푸르게 숨을 쉬고 들짐승과 날짐승도 곱게 깃을 들일 만한 예쁜 보금자리가 도시 한복판에도 넉넉히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4345.1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