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똥

 


  집에서 당근을 갈아서 얻는 물을 마시면 몸이 쏴아 시원하구나 느끼면서 똥을 눌 적에 당근빛이 감도는 불그스름한 똥을 눕니다. 나도 옆지기도 두 아이도 당근빛 똥을 눕니다. 당근이 내 몸으로 스며들어 내가 당근이 되고, 똥도 당근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이 똥이 흙으로 돌아가면 흙빛에 당근빛이 섞여 새로운 빛깔로 거듭나겠지요.


  당근똥을 누는 사람은 당근내음이 납니다. 당근 속살 같은 마음이 되고, 당근 무늬 같은 얼굴이 되며, 당근풀 푸른 잎사귀 같은 마음이 돼요. 당근은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요. 나는 당근이 먹고 자란 어떤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맨땅에서 햇볕을 쬐고 빗물을 마시며 바람을 들이켠 당근이 내 몸속에서 예쁘게 빛납니다. 4345.11.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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