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배우는 책읽기
가르치는 사람은 늘 배우는 사람입니다. 나는 국민학교 여섯 해와 중·고등학교 여섯 해를 다니는 동안, ‘나와 동무를 가르치는 자리’에 선 분들이 당신 스스로 얼마나 배우려 했는가를 살피면서 삶을 배우려고 했습니다. 당신 스스로 즐겁고 힘차게 배우는 분들을 볼 때면, 이분들한테서는 말투 하나 말씨 하나 살뜰히 돌아보면서 내 마음밥으로 삼습니다. 당신 스스로 배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언제나 판박이 같은 앎조각만 잔뜩 늘어놓는 분들을 볼 때면, 이분들한테서는 저러한 어른으로 지내는 삶이란 얼마나 따분하고 쓸쓸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먼저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누군가 읽을 글을 쓰려면, 먼저 스스로 즐거이 돌아볼 글(삶)을 읽어야 합니다. 곧, 글(삶)을 쓰려면 책(삶)을 얼마나 깊고 넓게 읽느냐에 따라 내 글매무새가 달라지는 줄 느껴야 합니다. 삶은 종이책에만 담기지 않습니다. 삶은 종이책에도, 나뭇가지에도, 풀잎에도, 나비 날갯짓에도, 아이들 웃음에도, 할머니 일노래에도, 파란하늘 흰구름에도, 달빛과 별빛에도, 목숨을 살리는 흙에도, 따사로운 볕에도 고이 담깁니다. 책(삶)을 읽으려는 사람은 내 둘레 모든 책(삶)에 서린 이야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럴 때에, 글(삶)을 쓰면서 내 고운 이웃과 동무한테 아름다운 글(삶)을 들려줄 수 있어요.
종이책조차 제대로 읽지 않으며 사람책이나 숲책을 읽지 않는다면 스스로 바보가 됩니다. 종이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종이책에 서린 삶을 헤아리지 못하면, 이야기샘을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4345.1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