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는 손 글쓰기

 


  하루 내내 물을 만지며 집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손이 트거나 갈라진다. 밥을 하든 걸레질을 하든 아이 똥기저귀를 갈며 밑을 씻기든 빨래를 하든 무엇을 하든, 하루 내내 물을 만지기에 손에서 물기 마를 새 없다. 손에서 물기 마를 새 없으니 손에 연필을 쥐어 종이에 이야기 한 자락 끄적일 틈은 빠듯하다. 물기 어린 손으로는 종이도 필름도 만질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이 마를 적에 종이나 필름을 만질라치면, 아이들이 아버지를 부른다.


  연필만 붙잡고 살아가더라도 손가락에 알이 배기고 굵어지는데, 물을 만지면서 하루를 누리는 사람이 틈틈이 연필을 쥐고, 자전거를 타며, 책을 만지작거리니까, 두 손은 조그맣지만 야물딱지게 움직여 준다. 내 자그마한 손이 이토록 많은 일을 건사하면서 온갖 생각을 삶으로 빚도록 이끌 수 있으니 놀라우면서 고맙다. 내 글은 내 삶이고, 내 손은 내 삶을 살린다. 내 글은 내 사랑이고, 내 손은 내 사랑을 키운다.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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