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와 책가방 1
히가시야 메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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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이야기가 샘솟는 곳은
 [만화책 즐겨읽기 195] 히가시야 메메, 《리코더와 책가방 (1)》

 


  삶은 이야기샘입니다. 모든 재미난 이야기는 삶에서 비롯합니다. 익살꾼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웃길 적에 이야기샘이 흐드러지지 않습니다. 여느 사람들 여느 삶에서 이야기샘이 맑게 빛납니다.


- “그 사람 오빠야?” “아니.” “어, 혹시 남자친구?” “어머, 얘가 뭐라는 거야. 남동생이야.” “뭐라는 거야!” (5쪽)


  혜초 스님이든 아무개이든 굳이 먼먼 나라로 나들이를 떠나야 ‘길을 깨닫지’ 않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길을 깨닫는 사람이 먼먼 나라로 나들이를 떠나더라도 길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길을 못 깨닫는 사람은 먼먼 나라로 나들이를 떠난달지라도 길을 못 깨닫습니다.


  바로 이곳, 내 보금자리에서 이야기샘을 길어올리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디에서도 이야기샘을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바로 이곳, 내 마을에서 이야기샘을 보듬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디에서도 이야기샘을 길어올리지 못해요.


  남들이 익살스레 군대서 웃음이 터지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가슴을 아름다이 북돋울 적에 웃음이 터집니다. 남들이 까르르 히히 호호 깔깔 하고 웃음을 지어야 나 또한 빙그레 웃음을 짓지 않아요. 내 마음속에서 사랑이 곱게 피어나야 비로소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 있어요.


- “키가 커 봤자 좋은 일 따위 없어. 좀더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었어.” “빌어도 키가 안 크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누나는 지금의 아츠시가 딱 좋다고 생각해. 그러니 제일 위 칸에 있는 밀가루 집어 줘.” “누나, 쇼핑할 때는 항상 나랑 오더라.” (8쪽)

 


  히가시야 메메 님 만화책 《리코더와 책가방》(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읽으며 가만히 헤아립니다. 만화책 《리코더와 책가방》에 나오는 이야기는 하나도 대수롭지 않고, 하나도 놀랍지 않으며, 하나도 멋스럽지 않습니다. 그저 잔잔한 이야기 한 자락입니다. 톡톡 튄다거나 톡톡 튀도록 할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예 누구나 살아가는 이야기 두 자락입니다.


  억지스레 무언가를 꾸며야 이야기가 되지 않아요. 괜스레 무언가를 지어야 재미나게 여길 만하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내가 느껴야 해요. 내가 사랑하는 모습을 내가 느껴야 해요. 내가 꿈꾸는 모습을 내가 느껴야 해요.


  내 가슴이 활짝 열릴 적에 어떠한 이야기라도 스스로 솔솔 풀어내면서 서로 웃습니다. 내 가슴이 환하게 열릴 적에 어떠한 이야기라도 오순도순 주고받으면서 서로 어깨동무합니다. 내 가슴이 맑게 열릴 적에 어떠한 이야기라도 찬찬히 글로 쓰고 글월로 나누면서 서로 꿈꿉니다.


- “그래, 소풍 때는 체육복을 입어야 하지. 하지만 집에서부터 그 모습으로 가는 건.” “다들 이러고 등교한단 말야! 나만 다르면 튀잖아!” ‘튀는구나.’ (37쪽)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는 분들이 스스로 이녁 삶을 사랑하면서 ‘작은’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기를 빌어요. 무언가 남다르게 ‘콘티’를 짜야 하지 않아요. 어딘가 새롭다 싶은 틀을 세워야 하지 않아요.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같아요. 동화책이든 소설책이든 같아요. 예쁘장하거나 멋스럽다 싶은 사람을 그려야 재미날 이야기가 되지 않아요. 그저 내 모습을 그리면 돼요. 내 이웃을 그리고 내 동무를 그리며 내 살붙이를 그리면 돼요.


  옳거나 바르거나 맞거나 틀리거나 어긋나거나 하는 대목은 안 따지면 돼요. 나 스스로 즐거이 누리는 삶을 생각하면 돼요. 스스로 기쁘게 웃는 삶이란 무엇인가 돌아보면 돼요. 곧, 어떤 책을 읽어야 하루가 즐겁지 않아요. 어떤 대단한 책을 읽었다 하기에 내 마음속에서 웃음보가 터지지 않아요. 마음속 사랑을 깨달을 때에 웃음보가 터지고 이야기보가 흐드러집니다.


  내 삶이 바로 모든 꿈이 피어나는 밑줄기입니다. 내 사랑이 바로 서로를 아끼는 따사로운 손길입니다. 4345.11.25.해.ㅎㄲㅅㄱ

 


― 리코더와 책가방 1 (히가시야 메메 글·그림,대원씨아이 펴냄,2012.10.15./55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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