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책읽기

 


  그러께에 단풍잎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풀이나 잎은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다가 문득 ‘갓 돋은 단풍잎’은 어떤 맛일는지 몹시 궁금했다. 한창 자라며 싱그러이 빛나는 푸른 단풍잎이라든지, 빨갛게 빛나는 단풍잎은 먹기 쉽지 않으리라 느끼지만, 갓 돋은 단풍잎은 수많은 들풀처럼 맨들맨들 말랑말랑 맛나 보였다. 나뭇가지에 새로 돋은 잎을 톡 하고 따서 살그마니 입에 넣어 살살 씹으면, 단풍나무 단풍잎다운 단풍내음이 솔솔 퍼지면서 단풍맛은 이러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단풍잎이 내 몸이 되고, 내 몸은 단풍잎한테 스며든다. 내 삶은 단풍잎 조그마한 잎사귀 하나로 거듭나고, 내 숨결은 단풍잎 작디작은 잎사귀 하나와 함께 빛난다. 풀을 먹는 일이란 목숨을 먹는 일이다. 풀을 먹으며 목숨이 살아난다. 풀은 햇살을 머금으며 싱그러이 빛나고, 내 몸은 햇볕을 쬐며 흙빛이 된다. 따순 날씨에 단풍나무도 가을날 새잎을 틔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4345.1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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