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책읽기

 


  꽃마다 피고 지는 철이 있단다. 참 맞다. 꽃마다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처음 피는’ 철이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풀은 철에 따라 피거나 지지 않는다. 거의 모든 풀은 한 해에 여러 차례 피고 진다.


  쑥풀을 봄에만 뜯어서 먹지 않는다. 여름에도 뜯어서 먹고, 가을에도 뜯어서 먹는다. 미나리도 유채도 질경이도 이와 같다. 왜냐하면, 김을 맨다면서 이들 풀을 뽑아서 버리면, 머잖아 이들 풀은 새롭게 돋는다. 사람들이 다시 김을 맨다면서 이들 풀을 또 뽑아서 버리면, 이윽고 이들 풀은 새삼스레 돋는다.


  논둑이든 밭둑이든 망초라 일컫는 풀은 참 자주 쉽게 뽑힌다. 가을날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면 비로소 망초나 숱한 풀은 한숨을 돌리며 씩씩하게 돋는데, 이때에는 꽃이 피고 씨를 맺어 훨훨 저희 숨결을 퍼뜨릴 때까지 안 뽑히곤 한다. 왜냐하면, 곧 겨울이 다가와 이들 풀은 겨울 추위에 몽땅 얼어죽는다고 여기니까.


  겨울 앞둔 늦가을 들판에서 망초꽃을 본다. 너희 참 씩씩하게 잘 컸구나. 대견하네. 어여쁘네. 너희를 들여다보며 곱다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너희는 너희 숨결대로 이 땅에 힘차게 태어나 아름다이 삶을 누리는구나. 4345.1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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