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라고는

 


  한창 끄집어내어 놀기 좋아하는 두 살 작은아이가 옷장 옷을 죄 끄집어내기도 하는데, 머잖아 책꽂이 책을 죄 끄집어내기도 하리라 느낀다.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가 이런 책놀이를 가끔 했으니까.


  어쩜 이렇게 어지럽히며 놀 수 있을까 싶지만, 놀 적에는 어지럽히기 마련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내가 이 아이들만 하던 때에 온갖 놀잇감을 방바닥에 좍 펼치면 내 어머니도 ‘뭔 녀석이 이렇게 어지럽혀!’ 하고 느끼지 않았을까. 게다가, 내가 느끼기에는 놀잇감이지만, 어머니가 보기에는 하나도 놀잇감이라 할 수 없을 만한 것들을 잔뜩 펼쳤다면…….


 책꽂이에서 책을 죄 끄집어내어 방바닥에 깐다든지 펼치는 일은 아주 조그마한 놀이요, 귀여운 짓이 되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큰아이더러 ‘네가 꺼내어 펼치고 놀았으니 네가 다시 예쁘게 꽂아 주렴.’ 하고 한 마디만 하면, 다 놀고 나서 참말 예쁘게 꽂아 놓는다.


  책놀이라고는 할 수 없을 놀이일는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책놀이라고 느낀다. 내가 안 보는 데에서 이렇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면서도, 내가 보는 데에서 이렇게 하며 놀기에 아이들 삶자락 하나를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지난 2012년 1월 29일 저녁 무렵. 새삼스레 들여다본 예전 사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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