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1.20.
 : 달을 바라보는 자전거

 


- 아이들이 여러 날 앓는 바람에 바깥마실도 제대로 못 다니고, 아이들 자전거수레에 태워 가을들녘 두루 돌아보러 다니지도 못한다. 따사로운 한낮에 집안일 모두 마치고 개운하게 기지개를 켠 다음, 자 나가 볼까, 하고 생각할라치면 작은아이가 곯아떨어지고, 작은아이 재우다가 이제 일어날 즈음 큰아이가 곯아떨어지고, 다시 큰아이가 일어날 즈음에는, 그동안 잘 놀던 작은아이가 또 졸음이 쏟아져 쓰러지고. 이러기를 되풀이하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어둡다.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저쪽에는 초승달이 뜬다.

 

- 아이들 어머니가 여러 날 집을 비우며 제대로 바깥마실도 못 시켰는데, 이렇게 저녁을 맞이하니 못내 서운하다. 아마 아이들은 안 서운할는지 모르나, 아버지인 내가 서운하다고 여기기에, 두 아이 옷 두툼히 입히고는 밖으로 나온다. 마침 오늘 저녁에는 바람이 거의 안 불어 자전거마실을 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 달과 별을 보며 달린다. 수레에 탄 큰아이는 “달이 왜 자꾸 우리를 따라와?” 하고 묻는다. 달이 우리를 따라올까? 내 어릴 적, 식구들 다 함께 시골집 마실을 마치고 시외버스를 달려 인천으로 돌아가던 때에도 창문 바깥으로 달을 보곤 했는데, 국민학교 육학년이 되어도 ‘달이 따라온다’고 여겼다. 나중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갈 때에 ‘달이 따라오는군’ 하고 여겼다. 군대에서도, 서울에서도, 충북 멧골마을에서도, 나는 늘 ‘달이 나를 좋아해서 따라오나’ 하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 겨울을 앞둔 늦가을인 만큼, 밤바람이 시원하지만은 않다. 제법 차다. 장갑 안 낀 채 자전거를 달리자니 손가락이 얼어붙는다. 바람이 안 부니 그나마 낫지만, 밤자전거 나들이는 이제 퍽 힘들 수 있겠다고 느낀다. 다만, 자동차 없는 호젓한 시골에서는 밤노래를 듣고 밤별을 누리며 밤들판 내음을 듬뿍 누릴 수 있어 즐겁다.

 

(최종규 . 2012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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