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아닌

 


  반값등록금이야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 다만, 반값등록금 아닌 한 해 천만 원 등록금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당신 돈벌이를 반토막으로 쉽게 줄이겠다고 나설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런데,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자꾸 놓치는데, 당신(젊은이)들이 대학생이 되기까지 당신 어버이는 해마다 오백만 원∼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교육비로 썼다. 유치원부터 고3까지 해마다 이만 한 돈을 썼다. 대학등록금은 고작 네 해에 내는 돈일 뿐이지만, 유치원부터 고3까지 해마다 오백만 원∼천만 원에 이르는 돈이 나간 줄 얼마나 알아챌까 궁금하다.


  나는 대학교를 다섯 학기만 다니고 그만두었는데, 내가 처음 대학교에 발을 디딘 1994년만 하더라도, 내 선배들은 나한테 으레 “너희가 대학생이 되기까지 너희 부모는 1억 원 넘게 썼다.”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이런 말을 하는 대학교 선배가 없는 듯하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여느 어버이가 써야 하는 어마어마한 사교육비 생각은 뒤로 한참 젖히고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써야 하는 고작 사천만 원밖에 안 되는(?) 돈 이야기만 울부짖는다.


  곰곰이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생이라 해서 생각이 열린 사람이 아니다. 그저 대학생일 뿐이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입시공부만 했지 사회공부마 삶공부나 사랑공부를 한 이가 누가 있을까. 갓난쟁이 적부터 스무 살이 되기까지 제도권학교에 얽매인 채 대학바라기만 하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연애도 자유’요 ‘섹스도 자유’라 하는데, 참말 사랑을 배운 적 없고 사랑을 생각한 일 또한 없이 이렇게 놀아나면서 대학등록금만 반값으로 깎자고 외치는 일이란 무엇일까.


  시골에서는 유치원 삯을 지자체에서 낸다. 시골에서는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사교육비는 퍽 적게 든다. 그러나 이웃 작은도시만 하더라도 유치원 삯부터 다달이 적어도 50만 원은 들여야 하고, 이밖에 이래저래 자질구레하게 나가야 하는 교육비를 더하면 고작 일고여덟 살짜리 아이 하나한테조차 다달이 백만 원이 나간단다. 대학등록금 천만 원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이 말 뒤에 감추어진 ‘유치원 사교육비 천이백만 원 시대’인 줄 드러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이 대목을 잘 느끼고 알리라. 그런데, 막상 도시에서 살아가며 아이 낳아 돌보는 어른들이 이런 말을 외치지 않는다. 스스로 못 느낄까. 스스로 안 느낄까. 스스로 생각을 안 할까.


  아직 철부지인 갓 스무 살 젊은이가 ‘반값등록금’을 외친다 하면, ‘어른이라 하는 이’들은 곁에서 똑같이 목청 높여 외칠 일이 아니다. 이 젊은이들한테 이제껏 너희가 너희 어버이 살림돈을 얼마나 바닥내면서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다녔는가를 일깨워야 한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반값등록금’이 아니다. (4345.11.2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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