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와 책읽기

 


  아이 어머니는 여러 날 바깥마실을 나갔다. ‘람타’ 공부를 하려고 바깥마실을 나선 지 나흘 밤이 지났다. 닷새째 되는 오늘 두 아이와 복닥거리는 하루를 돌아보면, 아이들과 지내는 나날이란 밥하고 빨래하며 씻기고 쓸고닦는 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내가 먼저 어버이인 나 스스로를 사랑할 노릇이요, 어버이인 나 스스로를 나부터 사랑할 적에 아이들은 스스로를 믿고 즐겁게 뛰놀 수 있다.


  밥만 차려 줄 수는 없기에 고구마를 잔뜩 삶아 준다. 고구마를 먹으면 밥을 안 먹지만, 고구마를 배불리 먹으면 끼니를 넉넉히 잇는 셈이라 생각해 본다. 작은아이는 껍질을 아버지가 먹고 알맹이만 작게 잘라서 하나씩 입에 넣어 준다. 큰아이는 앞뒤 꽁댕이만 잘라서 건네면 껍질째 맛나게 먹는다. 그런데, 큰아이는 그림책을 무릎에 올려놓고 고구마를 먹는다. 책도 읽고 고구마도 먹고, 그렇구나, 재미나게 읽고 놀며 하루를 지내자. (4345.11.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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