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스물네 시간을 살면
아이들하고 스물네 시간을 살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작으며 여린가를 느낍니다. 그런데, 이 작으며 여린 아이들이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자그마한 손 몸 다리로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픈 것을 다 하고야 맙니다. 씩씩하고 사랑스러우며 튼튼해요. 아침에 잠에서 깨며 품에 안아 달라 엉겨붙고, 이내 배고프다 칭얼거립니다.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면서도 놀아 달라고 조릅니다. 그런데 조르다가도 어느덧 혼자서 재미나게 놀이를 만들어요. 굳이 어느 어른이 함께 놀아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꿈나라를 생각하며 놉니다.
작은아이를 안고 달래며 밥을 차립니다. 밥을 차리기 앞서 그제 삶아 놓은 고구마를 조금씩 떼어서 먹였습니다. 두 아이 모두 몸이 후끈거리기에 세이겐 탄 물을 알맞게 데워서 함께 먹입니다. 작은아이는 밥을 다 차려 큰아이더러 먹으라고 할 무렵 까무룩 잠이 드는데, 잠이 든 아이를 자리에 눕히려고 하다 보니 똥내음이 솔솔 나요. 뭔가 하고 슬쩍 바지를 들추니 똥을 푸지게 누었습니다. 작은아이를 안아서 달래고 재웠는데, 아이는 아버지 품에서 똥을 누었을까요. 아이를 안기 앞서 똥을 누고는 아버지 앞에서 밑 씻어 달라고 ‘끙끙’거렸을까요.
잠든 아이를 데리고 씻는방으로 가서는 바지를 벗깁니다. 그야말로 푸짐한 똥이 퍽석 떨어집니다. 이래 가지고는 잠든 아이를 살살 달래며 찬찬히 씻기기는 어렵습니다.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비누를 바르며 씻겨야 하거든요.
밑을 다 닦자 작은아이는 잠에서 깹니다. 잠에서 깬 아이를 품에 안으며 밥을 먹여 봅니다. 작은아이는 아침부터 이래저래 고구마랑 여러 가지를 먹었기에 배가 안 고픈지, 차린 밥은 더 먹지 않습니다. 누나가 노는 곁에서 얼쩡거리다가는 이내 눈이 감기고, 아버지 무릎에서 새근새근 잠이 듭니다.
잠자리로 아이를 옮깁니다. 기저귀를 댑니다. 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습니다. 이제 큰아이 밥을 더 먹이고, 단감 꼭지를 따서 접시에 담습니다. 똥바지를 빨래해서 마당에 넙니다. 이른아침에 빨아서 넌 기저귀는 다 말랐기에 하나하나 걷습니다. 이제는 옷가지를 갤 때이고, 큰아이도 살살 달래서 낮잠을 재워야지요. 낮잠을 재우고 나서는 또 아이들이 개운하게 잠에서 깰 테고, 저녁놀이를 즐기다가는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밥을 차려야겠지요.
하루는 짧고 하루는 깁니다. 하루하루 아이들 놀이와 몸짓과 웃음으로 보내고, 이 날 저 날 쌓여, 아이들과 누리는 삶이 알차게 여뭅니다. (4345.11.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빨래순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