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글쓰기

 


  바람이 드세게 부는 바닷가에 선다. 바닷바람을 맞는다. 저 먼 바다는 남해가 아닌 태평양이다. 이 나라 땅덩이쯤 가볍게 삼킬 만큼 널따란 바다이다. 바닷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루어지며 바람이 불까. 아이들이 훌쩍거리는 코를 훔치려는 손닦개를 주머니에서 꺼내다가 살짝 놓치기라도 하면, 이 드센 바닷바람은 휘리릭 빼앗아 저 바다로 가져갈 테지. 코를 훌쩍이는 아이들은 드센 바닷바람을 쐬면서도 씩씩하게 논다. 춥다는 말도 바람에 흔들린다는 말도 없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뛰고, 바람이 드세면 드센 대로 논다.


  이야기가 흐른다. 삶이 흐른다.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이 이어지기에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누리며 어디에서 즐기는가를 떠올리도록 이끄는 바람이 분다. 바람은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이든, 손전화 울리는 소리이든, 사람들 떠드는 소리이든, 공사장 기계 소리이든, 어떠한 소리라도 이 바람소리 앞에서는 덧없는 먼지조각일 뿐이다. 바람은 숲을 살리고, 들을 살리며, 메를 살린다. 바람은 새를 살리고, 바람은 벌레를 살리며, 바람은 나무를 살린다. 바람은 풀을 살리고, 바람은 꽃을 살리며, 바람은 사람을 살린다. 바람이 흐르지 못하는 곳에서는 푸른 숨결이 아름다이 흐드러지지 못한다. (4345.1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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