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왜 ‘구멍옷’ 입어?

 


  응, 아버지가 구멍난 옷을 입었니? 그렇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옷에 구멍난 줄 느끼지 못했어. 그냥 옷이니까 입었을 뿐이야. 너한테는 구멍이 크게 잘 보였구나. 그러나 아버지는 옷에 구멍이 있건 말건, 이 옷이 빨갛건 노랗건, 이 옷이 크건 작건 하나도 대수롭지 않아. 아버지 몸을 감싸면서 지켜 주는 옷이야. 겨울에는 따스한 숨결을 지키고, 봄에는 따스한 숨결을 받아들이는 옷이야. 아버지는 이 옷 한 벌을 벌써 몇 해째 입는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스스로 옷을 사서 입는 일은 드물고, 거의 늘 둘레에서 옷을 선물해 줘. 새로 사 주기도 하고, 입던 옷을 물려주기도 해. 아버지는 어떤 옷이든 즐겁게 받아서 입어. 네가 입는 옷도 새로 사서 주는 옷은 몇 벌 안 되고, 거의 다 우리 둘레에서 좋은 넋으로 물려준 옷이란다. 그저 걸치는 옷이 아니라 사랑을 누리는 옷이야. 멋을 내거나 예쁘게 보이려는 옷이 아니라, 내 삶을 함께 밝히면서 사랑을 고이 나누는 옷이야. 참말 옷이란 날개란다. 멋부리는 날개가 아니라, 내 몸을 홀가분하게 이끌어 꿈하늘을 날고 사랑하늘을 날아오르는 날개란다. (4345.11.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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