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누나

 


  누나가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준다. 다만, 그림을 보여주며 읽혀야 읽어 주는 셈이 될 테지만, 책은 혼자 들고 머리도 혼자 박고서는 읽어 준다. 동생은 그저 그림책 껍데기만 바라보면서 누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동생은 누나 목소리만 들으면서도 재미난 듯하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한테 책을 읽힌다 할 적에도 어떤 줄거리 어떤 그림을 꼭 이러저러하게 보여주어야 재미나다거나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지 싶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 목소리 고운 결을 듣고 싶은 마음이지 싶다. 굳이 그림을 보지 않아도 된다. 애써 그림책 줄거리를 들어야 하지 않다. 어버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따순 사랑을 받아먹고픈 마음이라고 느낀다. 어버이 목소리에 깃든 너른 꿈을 받아먹고, 그림책을 찬찬히 읽는 어버이 보드라운 살결을 부비고 싶은 마음이지 싶다.


  아이들은 지식을 배우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어른들은 지식을 가르치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이들은 삶을 누리고 즐기려고 태어난다. 어른들은 삶을 예쁘게 짓고 알차게 빛내려고 아이를 낳는다. (4345.1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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