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어떠한 글이라도 쓸 수 있어요. 이를테면 수많은 사람들이 ‘저 몹쓸 독재자!’라 외치며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아무개 만세!’ 하는 글을 쓸 수 있어요. 앞뒤를 안 살피고 뿌리를 안 캐며 흐름을 안 읽더라도, 누구나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글을 쓰기 마련이니까요. 굳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쓸 일은 없어요. 다만, 일기장 아닌 데에 ‘아무개 만세!’ 하는 글을 버젓이 쓰는 일이란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하고 드러내는 셈이 되겠지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곰곰이 생각을 기울인 다음 글을 쓸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쓸 수 있어요. 스스로 삶이 즐거워서 글을 쓸 수 있고, 스스로 아름답게 거듭나고 싶은 꿈을 꾸며 글을 쓸 수 있어요.


  나는 생각해 봐요. 왜 글을 쓰는가. 왜 쓸까. 음,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서 빛 한 줄기를 보았으니 글을 써요. 스스로 북돋우는 빛이요 스스로 살찌우는 빛이기에, 이 빛줄기를 글로 엮어 나부터 스스로 되새겨요. 내 꿈을 되새기고 내 사랑을 아로새겨요. 글쓰기란 내 꿈쓰기이면서 내 사랑쓰기예요. 내 마음쓰기인 글쓰기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 글을 읽을 적에도 ‘내가 읽는 글을 쓴 사람’이 어떤 꿈과 사랑을 이녁 글에 담는가를 읽으려고 해요. 나는 줄거리를 읽지 않아요. 줄거리는 이내 잊어요. 그러니까, ‘내가 읽는 글을 쓴 사람’이 전업주부이건 대학교수이건 아랑곳할 까닭이 없어요. 그런 대목은 어느새 잊으니까요. 어떤 꿈을 글로 담으려 하고, 어떤 사랑을 글로 풀어내려 하는가를 읽어요. 왜냐하면, 나는 나부터 스스로 꿈과 사랑을 글로 쓰니까요. 꿈과 사랑을 쓸 생각이 아니라면 글쓰기를 할 뜻이 없으니까요. (4345.1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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