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는데

 


  빨래줄이 한 번 톡 풀렸다. 아이들이 빨래줄 이은 자리를 자꾸 잡아당기고 이래저래 하느라 풀렸을는지 모르나, 매듭을 지은 내가 제대로 매듭을 안 지었으니 풀렸을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살짝 늘어진 매듭을 잡으려고 펄쩍펄쩍 뛰면서 노니까,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 탓’ 하기란 참 쉽다. 이러면서 아이들한테 말할 테지. “하지 말라고 했잖니?” 그래,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하지 말라”고 말했지. 아이는 이 말을 들었지. 그리고 아이는 이 말을 이내 잊지. 아이는 스스로 놀고픈 놀잇감과 놀잇거리를 찾고 생각하고 살피고 즐기니까. 슬그머니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눈치를 아예 안 보기도 하고, 이러거나 말거나 신나게 뛰놀면 가장 즐겁다. 아무렴, 놀아야지. 놀고 또 놀아야지. 놀며 넘어뜨리고 넘어지고. 놀다가 뒹굴고 구르고. 부딪히고 부대끼고 하면서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겠지. (4345.11.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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