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 줄기

 


  빛 한 줄기 있어 삶을 누립니다. 빛 한 줄기 있어 책을 읽습니다. 빛 한 줄기 있어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길을 걷습니다. 나는 내 가슴속에서 빛 한 줄기를 봅니다. 나는 옆지기와 아이들한테서 빛 한 줄기를 느낍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달과 별한테서 빛 한 줄기를 느끼고, 낮하늘을 바라보면서 햇살과 구름한테서 빛 한 줄기를 받아먹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빛 한 줄기가 흘러나옵니다. 풀 한 포기에서 빛 한 줄기가 새어나옵니다. 가을날 쑥꽃을 봅니다. 겨울날 동백나무를 봅니다. 봄날 들판을 봅니다. 여름날 바다를 봅니다.


  내 둘레에 이루어진 숲을 바라보면서, 내가 이루는 숲을 생각합니다. 내가 누리는 숲에서 내 마음과 생각과 사랑이 어떤 숲이 되어 숲바람과 숲햇살과 숲내음을 나눌 수 있는가 헤아립니다.


  내 가슴속 빛 한 줄기는 내 숨결이 되어 내 눈빛으로 나타납니다. 내 마음속 빛 한 줄기는 글 한 줄이나 말 한 마디 되어 내 노랫가락으로 드러납니다. (4345.11.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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