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 유채꽃 책읽기

 


  가을들 사이를 아이와 함께 지나가다가 노란 꽃송이를 본다. 유채꽃일까 갓꽃일까. 잎사귀를 보면 푸르다가도 살짝 까맣게 올라오려는 모습인데, 갓잎은 훨씬 넓게 까만 빛이 올라오니까 갓잎은 아닐 듯한데, 그러면 유채일까 궁금하다. 또는 유채를 닮은 다른 풀은 아닐까 알쏭달쏭하다. 논둑에 다른 풀은 거의 나지 않았고, 다들 추위에 하나둘 스러지는데, 오직 이 녀석만 푸른잎을 달고 꽃송이까지 노랗게 피운다. 며칠 따스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일까. 가을에도 퍽 따스한 남녘 날씨 때문일까.


  생각해 보면, 네 이름이 유채꽃이든 갓꽃이든 다른 풀꽃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나는 네 잎을 뜯어서 맛나게 먹으면 즐겁다. 네 노란 꽃송이를 가을날 반가이 맞이하며 예쁘게 들여다보면 즐겁다. 봄에 만날 꽃을 가을에 먼저 만나니, 이러한 삶은 이러한 삶대로 즐겁다.


  아이하고 한참 노란 꽃을 구경하다가 곰곰이 돌이켜본다. 마을마다 가을걷이를 마친 다음에는 ‘경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빈논에 유채씨를 잔뜩 뿌리곤 한다. 유채는 씩씩하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뜨린다. 이 씨앗이 바람 따라 곳곳에 흩날리면서 논둑에도 뿌리를 내려 이 가을에 새삼스레 피어날 만하리라 느낀다.


  봄볕을 받아도 푸르며 노랗게 빛나고, 가을볕을 받아도 푸르며 노랗게 빛나는구나. 봄에도 가을에도 따순 사랑과 같이 햇살이 드리우니 언제나 즐거울 테지. 내 마음속 빛줄기는 이 가을에 어떠한 무늬와 모습으로 따사로운 꿈길이 될 수 있을까. (4345.1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꽃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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