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삼스레 새벽빨래

 


  작은아이가 저녁부터 밤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하며 칭얼거린다. 아이 어머니가 고단하다. 새벽 두 시 십 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작은아이가 쉬를 누었다. 바지와 기저귀를 벗긴다. 새 바지를 입히고 새 기저귀를 댄다. 졸음이 가득하면서도 자꾸 개구지게 더 놀려 하는 작은아이를 이불로 똘똘 말아서 안는다. 밤비이면서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마당으로 나온다. 오늘은 어쩐지 기운이 나지 않아 자장노래를 곱게 부르지 못한다. 내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내 얼굴은 어떤 빛깔일까. 내 사랑은 어떤 무늬일까. 작은아이하고 빗소리를 함께 들으며 조용히 생각에 젖는다. 찬찬히 어르지 못하고 마냥 안기만 한다. 가만히 달래지 못하고 그저 무릎에 누이기만 한다. 이래서야 아이들이 사랑을 받아먹겠나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마음속으로 사랑을 길어올리지 못한다. 좀 쉬어야 하나. 무엇을 하며 쉬어야 하나.


  가슴으로 안고 무릎에 누이며 삼십 분쯤 지나니 작은아이가 스르르 잠든다. 잠든 아이를 이십 분쯤 그대로 둔 채 가슴과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이제 작은아이는 깊이 잠든다. 천천히 일어나 작은아이를 잠자리로 옮긴다. 이불을 덮는다. 이러고 나서 오줌바지와 오줌기저귀를 들고 씻는방으로 간다. 저녁부터 나온 옷가지 몇 벌을 빨래한다. 천천히 비비고 천천히 헹군다. 빨래하는 동안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빨래를 마치고 부엌과 방에 옷걸이로 꿰어 거는 동안에도 빗소리는 안 들린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낮빨래만으로는 옷을 말리기 어렵겠지. 밤과 새벽에 조금씩 빨래를 나누어 하면서 차근차근 말려야겠지. 겨울에는 밤빨래를 해서 밤에 방바닥에 불을 넣을 때에 방바닥에 죽 펼쳐서 말리기도 하겠지.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아침에 내다 널면 한두 시간만에 보송보송 빨래가 마르던 여름은 아주 끝났네. (4345.1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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