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는 유자빛 책읽기

 


  유자 열매 노랗게 익는다. 멀리서 바라보면 유자랑 탱자랑 엇비슷하다. 가까이서 보면 유자는 크고 탱자는 작은데, 멀리서 바라보면 엇비슷하다. 유자는 무슨 빛깔이라고 할 만할까. 탱자는 무슨 빛깔이라고 할 만할까. 귤은? 감귤은?


  사람은 모두 달라 저마다 스스로 이름을 붙인다. 큰 테두리에서는 ‘사람’이고, 사람 테두리에서는 ‘이름’이 있다. 유자도 큰 테두리에서는 저마다 달라 ‘유자빛’ 한 마디로는 뭉뚱그릴 수 없다. 크게 얽어 ‘유자빛’이라 하지만, 유자 열매마다 빛깔과 빛결과 빛무늬가 조금씩 다르다. 똑같은 모양이나 크기나 무게나 맛이나 멋인 유자 열매는 한 가지조차 없다. 그런데 유자나무에 달린 유자잎도 모두 다르다.


  어느 나무이건 다 다른 가지가 자라서 다 다른 잎이 돋는다. 다 다른 꽃이 피고 다른 열매를 맺으며 다 다른 씨앗을 키운다. 다 다른 씨앗은 다 다른 땅으로 떨어져 다 달리 뿌리를 내리며 다 다른 나무로 새삼스레 자란다. 얼마나 아름다운 숲이요 마을이며 지구별인가. (4345.1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