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나락 말리기

 


  나락을 말린다. 자동차 뜸하게 다니는 시골마을이기에 길가에 나락을 말린다. 예부터 나락은 햇살이 키우고 햇볕이 말려 주었다. 사람들은 나락을 먹는다기보다 해를 먹고 살았다. 해님이 아이들한테 방긋 웃어 주고, 어른들한테 빙긋 웃어 준다. 온 식구 힘을 모아 나락을 길가에 널고, 다시금 온 식구 기운을 내어 나락을 푸대에 담는다. 몇 천 해 몇 만 해를 이렇게 살아왔을까. 다 함께 먹는 밥을 다 함께 거두고 돌보며 갈무리하던 삶이 참말 얼마나 오래 이어졌을까. 이제, 한 살이라도 젊거나 어린 사람은 몽땅 도시로 나아가는 판이라지만, 한 살 어리든 두 살 많든, 누구라도 밥을 먹고 해를 바라보며 물이랑 바람을 마셔야 숨결을 잇는다. (4345.1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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