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내 오늘’을 사랑해요
 [책읽기 삶읽기 120] 조혜련, 《조혜련의 미래일기》(위즈덤하우스,2009)

 


  2009년 10월 1일에 1쇄를 찍은 《조혜련의 미래일기》(위즈덤하우스,2009)를 읽습니다. 내가 산 책은 2011년 10월 14일에 찍은 20쇄입니다. 이태 사이에 20쇄를 찍을 만큼 널리 사랑받은 책이기는 한데, 조혜련 님은 이 책 첫머리에 나오듯 ‘옆지기하고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지’는 못하고 맙니다. 2012년 봄부터 가을까지 무척 고단한 나날을 보내셨어요.


  조혜련 님은 2012년 봄에 겪은 일을 ‘그린’ 적 있을까요. 마음앓이를 하고 툭탁거리는 어느 한때에, ‘더는 옆지기하고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요.


.. 상상력에 한계를 긋고 현실을 고려하다 보니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조금도 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지금 이 프로젝트가 끝이 아니고 이 결혼도 골인점이 아니며 자식이 명문대학을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끝은 아니다. 매 순간이 시작이고 출발이다 ..  (7, 25쪽)


  ‘미래일기’란 늘 씁니다. 즐겁게 떠올릴 앞날도 언제나 쓰지만, 고단하게 숨죽일 앞날도 언제나 써요. 나도 모르는 사이 터져나오는 한숨이 바로 ‘미래일기’가 됩니다. 이런 걱정 저런 근심이 곧바로 ‘미래일기’가 됩니다. 옆지기하고 툭탁거린다든지, 아이들 얼굴을 거의 못 보는 채 바깥일로 바삐 돌아다니는 삶이 고스란히 ‘미래일기’가 돼요.


.. 돈보다 명예보다 인기보다, 나에게 자극을 받아 다시 멋지게 일어서는 한 사람의 팬을 위해 달리는 거야 …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  (57, 128쪽)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갑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내 모습이 늘 달라집니다. 웃자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스스로 하루를 밝힙니다. 하루를 밝히면서 시나브로 삶을 빛냅니다.


  어떤 무대에 서서 이름값을 날려야 ‘삶 빛내기’가 아닙니다. 삶을 빛내는 일이란, 내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맛난 밥을 알뜰히 차려 즐기는 일입니다. 전기밥솥한테 맡기는 밥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짓는 밥이 ‘삶 빛내기’입니다. 값진 요리를 전화 걸어 시켜서 먹기에 ‘삶 빛내기’가 아니에요. 달걀 한 알을 손수 부치고, 두부 한 모를 손수 끓여서 밥이랑 맛나게 먹을 때에 ‘삶 빛내기’가 돼요.


  오프라윈프리쇼에 나가야 꿈을 이루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으면 꿈을 이룹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일은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 넘나들기’예요. 가시밭길 헤치며 이루는 꿈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넘나들며 연예인으로 일해서 돈을 벌기’일 뿐이에요.


  돈을 번다거나 연예인으로 일하는 삶이 좋고 나쁘다고 금을 그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즐거울 수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즐겁습니다. 스스로 즐거울 수 없다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안 즐겁습니다.


  미래일기란 언제나 ‘오늘일기’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 삶을 바로볼 수 있을 때에, 내 어제를 바로보고 내 앞날을 바로볼 수 있어요. 오늘 이 자리 내 삶을 바로보지 못한다면 ‘오늘일기’도 ‘어제일기’도 ‘앞날일기’도 쓸 수 없어요.


  밝게 뜨는 ‘오늘 햇살’을 실컷 누리셔요. 시원스레 불다가 스산하게 불기도 하는 ‘오늘 가을바람’을 마음껏 누리셔요.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는 ‘오늘 가을잎’을 아낌없이 누리셔요.


  오늘 하루 내 삶을 누리면, 천천히 사랑이 가슴속 깊은 데에서 샘솟습니다. 사랑이 찬찬히 샘솟으면서 내 앞날이 환하게 열립니다. 내 어제 또한 환하게 걸어온 숲길이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 각종 고정관념과 편견에 갇혀서 안 보였을 뿐이지, 우리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 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스스로를 믿는 한 원하는 어떤 모습으로도 될 수 있다고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 나는 앞으로도 계속 상상할 것이다. 폭력이나 제압으로 인한 통일이 아닌 비폭력 평화 통일이 되는 아름다운 온전한 대한민국의 그날을 ..  (144, 195쪽)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려요. 오늘 하루 하고 싶던 일과 놀이를 신나게 누려요. 오늘 하루 활짝 웃고 펑펑 뛰며 훨훨 날면서 살아요. 흙땅을 맨발로 밟아요. 흙기운이 내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떠올려요. 흙 한 줌이 나무를 살리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구나 하고 깨달아 봐요. 빗방울이 풀잎을 푸르게 돌보고, 바람 한 줌이 내 숨결로 스며들어 목숨을 살찌우는 줄 느껴 봐요.


  조혜련 님이 쓴 《조혜련의 미래일기》는 참으로 예쁜 책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어제와 오늘과 모레를 사랑스레 돌보고픈 꿈을 즐겁게 잘 적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예요, 정작 조혜련 님 스스로 ‘즐기고픈 사랑’은 거의 한 줄로도 못 적었지 싶어요. 조혜련 님 스스로 나누거나 받거나 어깨동무하던 ‘고운 사랑’ 또한 거의 한 줄로도 못 나타냈지 싶어요.


  이제 다른 누구보다도 조혜련 님 스스로 《조혜련의 미래일기》를 새로 써야지 싶어요. 모든 것을 훌훌 내려놓고 첫마음이 무엇이었나 곱씹으면서 ‘오늘일기’를 쓰셔야지 싶어요. 된장국에 밥 말아 먹으며 기운을 차린 다음 기지개 우두둑 켜고는 다시금 연필을 손에 쥐어 보시기를 빌어요. (4345.11.4.해.ㅎㄲㅅㄱ)

 


― 조혜련의 미래일기 (조혜련 글,위즈덤하우스 펴냄,2009.10.1./12000원)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