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0.16.
 : 졸린 아이와 풀개구리

 


- 졸린 큰아이가 잠들지 않는다. 졸린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잠들도록 재웠다. 이 아이랑 무얼 하며 놀아야 그예 까무룩 잠들까 생각한다. 집에 쌓이는 책을 서재도서관에 갖다 놓으며 자전거를 태울까 싶다.

 

- 큰아이를 불러 자전거에 태운다. 큰아이는 예쁜 인형을 갖고 나온다. “(인형) 침대 갖고 가도 돼요?” “네가 갖고 가고 싶으면 갖고 가면 되지.” 큰아이는 자전거수레에 앉아 인형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벼베기를 마치고 텅 비는 논이 차츰 늘어난다. 논과 논 사이를 달린다. 서재도서관 풀숲에서 폴짝 뛴 개구리 한 마리 ‘자전거 손잡이를 쥔 내 손가락’에 사뿐 내려앉는다. 어라, 너 나한테 무슨 볼일 있니? 너도 슬슬 겨울잠을 자러 땅 파고 곱다시 들어가야 하지 않겠니? 날이 쌀쌀해지면 네 밥거리가 하나둘 사라지지 않겠니?

 

- 마을을 휘 돈다. 큰아이가 아버지더러 왜 면내로 안 가고 도느냐고 투정을 한다. 면내로 달리면 가게에 들를 테고, 가게에 들르면 까까 하나 살 테니까, 이래저래 골 내는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자전거 모는 아버지는 못 들은 척 시골길만 천천히 달린다. 어느새 큰아이는 노래를 멈추고는 눈이 슬슬 감긴다. 고개를 이리저리 까딱까딱 하다가 몸을 옆으로 누인다. 그래, 인형도 침대에 누워 코 자고, 너도 담요 덮고 가을볕 받으며 시골 들판에서 코 자렴. 씩씩하게 자고 일어나서 또 씩씩하게 놀고, 다시금 즐겁게 잠들어 새삼스레 즐겁게 일어나서 놀렴.

 

(최종규 . 2012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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