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 책을 안 읽니?

 


  아직 때가 안 되었으니 못 읽겠지요. 책은 줄거리를 훑자고 읽는 책이 아니에요. 책은 마음으로 읽고 마음으로 아로새기며 마음을 북돋우기에 책이에요. 그러니, 스스로 마음그릇이 덜 된 사람은 책을 읽지 못해요. 그렇지만, 퍽 많은 이들은 마음그릇이 덜 되었는데에도 손에 책을 쥐어요. 저마다 이녁 마음그릇에 걸맞다 싶은 책을 손에 쥐고는 그만 ‘줄거리 흝기’에 빠지고 말아요.


  책읽기는 사랑읽기이기에, 책 하나 읽을 때에 사랑을 느껴야 아름다울 테지만, 정작 줄거리만 훑으니까, 어느 책을 읽든 사랑 아닌 줄거리만 자꾸 따져요. 책느낌글을 쓸 적에도 스스로 누린 사랑을 쓸 노릇이지만 하나같이 줄거리만 잔뜩 읊어요.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고 사랑을 느끼지 못했으니 줄거리만 적겠지요. 스스로 마음을 일깨우지 않았고 사랑을 북돋우지 않았으니 줄거리 아니고는 책느낌글을 쓸 수는 없겠지요.


  왜 아직 책을 안 읽나요? 왜 아직 삶을 안 읽나요? 왜 아직 사랑을 안 읽나요? 왜 아직 꿈을 안 읽나요? 왜 아직 줄거리만 읽나요? 왜 아직 겉껍데기를 읽고, 글쓴이 발자국을 읽으며, 출판사 이름값만 읽나요? 왜 아직 책을 안 읽나요? (4345.1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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