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2] 잘못 없어요

 


  창원으로 기차를 타고 갑니다. 창원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새벽 일찍 짐을 꾸려 아침 첫 군내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갑니다. 읍내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탑니다. 퍽 멀디멀달 수 있는 길이지만 가을꽃 가을바람 물씬 느끼면서 시골을 지나 도시로 나아갑니다. 순천에서 탄 기차가 창원으로 가는 동안 안내방송 한 가락 흐릅니다. “…… 열차 이용하시는 데 잘못 없으시기 바랍니다.” 하는 소리가 문득 내 귀에 살짝 꽂힙니다. 어라, ‘잘못’ 없기를 바란다니, 얼마 앞서까지는 한자말로 ‘착오(錯誤)’를 말하더니, 웬일이람. 재미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착오’를 ‘잘못’으로 바로잡는 마음결이라 한다면 “열차 이용(利用)하시는”도 “열차 타시며”로 손질한다면 훨씬 나을 텐데, 하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잘못은 없어요. 즐겁게 말하면 되고, 기쁜 마음 실어 얘기할 수 있으면 돼요. 내가 기차에서 안내방송을 한다면 “타려는 기차를 잘 살펴서 타시고, 표를 끊은 자리를 잘 찾아서 앉으셔요.” 하고 이야기했겠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4345.1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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