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창원을 걷다

 


  논이나 밭은 없고 건물과 아파트만 있는 도시 창원을 걷는다. 나무 선 자리보다 찻길이 훨씬 넓은 도시 창원을 걷는다. 도시라면 이처럼 논밭이 없이 건물과 아파트만 있어도 될까. 도시라서 나무보다 자동차 다닐 자리를 더 살펴야 할까.


  초등학교를 바라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바라본다. 온통 건물이다. 이 건물 짓고 저 건물 올린다. 아이들은 건물과 건물을 오갈 때에 마음을 북돋우거나 열 수 있을까. 운동장을 따라 줄줄이 열매나무 꽃나무 푸른나무 알뜰히 심어 건사할 수는 없을까.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나무타기를 즐기며 두 손과 온 몸뚱이로 나무를 맞아들이도록 이끌 수는 없을까.


  도시에 나무를 심어도 은행나무나 벚나무나 방울나무만 심는다. 도시사람은 능금이 능금나무에서 열리고 포도가 포도나무에서 열리며 귤이 귤나무에서 열리는 줄 얼마나 깨달을까. 능금꽃과 포도꽃과 귤꽃이 얼마나 어여쁘게 빛나는가를 모르고도 능금과 포도와 귤을 먹어도 될까. 예쁜 감꽃을 살그마니 쓰다듬는 손길로 예쁜 감알 우걱 베어 먹으면 한결 맛날 텐데.


  도시에서는 어떤 빛을 느낄까. 도시에서는 어떤 빛깔을 사랑할까. 도시에서는 어떤 빛이 떠오를까. 도시에서는 어떤 빛깔이 환하게 흐드러질까. 아, 아침해가 차츰 밝아지는구나. 눈이 부시는구나. 좋다. 고맙다. 즐겁다. (4345.1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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