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석류꽃 책읽기

 


  늦가을에 석류꽃 한 송이 빨갛게 피어나다. 석류열매 붉디붉게 맺혀 몽땅 떨어진 석류나무 가운데 한 그루에서 맨 꼭대기 나뭇가지에 석류꽃 한 송이 달린다. 어쩜, 너는 어떡하니. 나날이 바람이 차갑게 바뀌는데, 늦가을 앞두고 여러 날 퍽 따스한 바람이 불고 고운 햇살이 드리웠다지만, 이렇게 일찌감치 몽우리를 열면 어떡하니.


  그래도, 너는 너대로 가을 끝자락과 겨울 첫자락을 보고 싶었니. 그래, 굳이 굵다란 석류알이 되어야 하지는 않아. 가을바람 맡고 겨울바람 쐬면서 더 씩씩하고 튼튼하게 한삶을 누릴 수 있어. 봄내음과 여름내음 맡으며 피어나는 석류꽃도 아리땁지만, 찬바람과 눈바람 마주하는 석류꽃도 어여뻐. 누렇게 익은 벼를 베어낸 텅 빈 논자락 곁에서 한들거리는 석류나무에 새로 돋은 푸른 잎사귀와 너무 일찍 터지고 만 석류꽃 봉오리 하나, 더없이 푸르고 붉으며 환하구나. (4345.10.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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