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눈길

 


  나는 내가 입을 옷을 입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어라 하건 아랑곳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쳐다본대서 대수롭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먹을 밥을 먹지, 다른 사람이 바라본대서 내가 못 먹는 밥을 먹을 수 없고, 내가 즐기는 밥을 안 먹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쳐다본대서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옆지기를 내동댕이치거나 걷어찰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이 쳐다보니까 논밭에서 김매기를 안 해도 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부엌에서 밥을 짓고 밥상을 행주로 닦으며 밥그릇과 수저를 놓습니다.


  누가 쳐다보건 말건 바람을 마십니다. 누가 들여다보건 말건 햇살을 쬡니다. 누가 마주보건 말건 가만히 들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누가 떠들건 말건 나는 나대로 가을녘 풀벌레 노랫소리 차참 이우는 결을 느낍니다. 겨울 앞둔 가을녘, 이제 풀벌레 노랫소리는 거의 잠들고 바람소리 가득한 사이사이 멧새 몇 마리 가늘게 밤노래를 불러 줍니다.


  다른 사람이 쳐다본대서 ‘내키지 않는 책’을 장만해서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많이 읽었대서 나도 ‘다른 사람이 많이 읽었다는 책’을 장만해서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칭찬했건 말건, 다른 사람이 깎아내렸건 말건, 나는 내가 읽을 책을 읽을 뿐입니다. 나는 내 길을 걷고, 내 삶을 사랑하며, 내 꿈을 돌보고, 내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나는 내 가슴속에서 환하게 영그는 빛줄기를 바라봅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곱게 피어나는 꽃송이를 마주합니다. 나는 내 넋과 얼이 즐거이 노래하는 춤사위를 기쁘게 지켜봅니다. (4345.10.3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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