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아이들

 


  우리 시골집에 놀러온 네 살 아이가 저보다 한 살 위인 우리 집 큰아이더러 꼬박꼬박 ‘언니’라 부르는 말을 들으며 깜짝 놀랍니다. 다섯 살 우리 집 큰아이는 ‘나이에 따라 달리 가리키는 부름말’을 아직 모릅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오래도록 ‘나이가 한 살 더 많대서 언니’라느니 ‘나이가 한 살 더 적대서 동생’이라느니 하고 나눌 줄 모를 수 있어요. 큰아이더러 ‘너는 언니’라고 말해 주면, 큰아이는 으레 “나는 벼리야, 사름벼리.” 하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큰아이한테 ‘동생이야’ 하고 말해 줄 때에도 큰아이는 으레 “아니야 보라야, 산들보라.” 하고 말하곤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사람은 사람입니다. 내가 누구한테 형이나 오빠라 한다면, 어떻게 해서 형이나 오빠가 될까요. 나이가 더 있거나 계급이 더 있다는 틀거리란 무엇일까요. 이 나라 어른들은 왜 아이들을 일찍부터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 집어넣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나이에 따라 금긋기’를 하도록 몰아세울까요. 왜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줄을 서야 할까요. 모두들 삶을 사랑하고 아끼며 누릴 빛나는 숨결일 텐데요. (4345.10.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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