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대통령 바라기
진보정당이 스스로 진보답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지면서 대통령 후보만 잔뜩 내놓는 꼴이라는 소리를 어디에선가 듣는다.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통령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며 시장이나 군수도 하는 보수정당 사람들은 이제껏 한 번이라도 ‘보수정당다운 삶과 꿈과 사랑’을 펼치거나 나눈 적 있는가 곱씹어 본다. 아직 한 번조차 참다운 보수정당 정책이나 삶을 펼친 적이란 없다고 느낀다.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는대서 이런저런 정책을 지키거나 가꾸는 정치집단은 없지 싶다. 권력 앞에서 권력을 거머쥐려 할 뿐, 삶을 짓거나 가꾸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진보정당한테 바라는 꿈은 오직 하나, “즐겁게 살아가자”이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고, 바랄 수 없다.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 여기는 곳에서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공장 일꾼이나 회사 일꾼하고 어깨동무하는 ‘이웃’으로 지내도 아름답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스스로 삶을 짓는 ‘사람’으로 지내도 아름답다. 오늘날에는 몽땅 도시에서 살고 시골은 죽이는 꼬락서니요, 도시가 우락부락 커졌어도 시골을 짓누르며 시골을 쪽쪽 빨아먹는 꼴인데, 이런 바보스러운 얼거리를 바꾸거나 고치자면 오직 한 가지, 스스로 시골사람이 되는 길만 있다. 도시살이에 기대지 않고 흙을 누리면서 햇살과 바람과 풀을 사랑하면 모든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참 마땅한 노릇이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간다든지 단식농성을 한다든지 집회를 한다든지 해서는 어떠한 실타래도 풀지 못한다. 길은 하나이다. 공장을 떠나고 회사를 떠나면 된다. 내보내겠다 하면 기꺼이 나가 주면 된다. 다만, 모두 함께 나가야 한다. 모두 함께 나가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시골로 가서 스스로 땅을 일구며 사랑해야 한다. 땅에서 밥과 옷과 집을 얻으며 스스로 삶을 누리면, 재벌회사 삼성이건 엘지이건 에스케이이건 버티지 못한다.
시골에서 오붓하고 즐겁게 흙을 일구며 손전화 안 쓰고 텔레비전 안 보며 자가용 안 몰아 보라. 시골에서 호젓하고 예쁘게 들을 누리고 풀과 나무를 사랑하며 숲을 돌보아 보라. 공장과 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청와대는 어떻게 될까. 준법투쟁을 할 일도 없다. 모두들 어깨띠도 머리띠도 내려놓으면서 시골로 가면 된다. 편의점 알바이건 할인매장 점원이건 모두 똑같다. 다 함께 그 고단한 일거리를 내려놓으면서 시골로 오라. 시골에는 삶자리와 일자리와 사랑자리와 꿈자리가 그득그득 있다. 열 평만 있어도 식구들 먹을거리는 넉넉히 나온다. 도시에서 전세와 월세로 골머리를 앓지 말고 시골로 와서 서로 ‘이웃’이 되어 ‘사람’다이 살아가면, 오늘날 모든 도시 말썽거리와 지구별 골칫거리는 사라진다.
싸움은 싸움을 부른다. 평화는 평화를 부른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미움은 미움을 부른다. 미움을 부르는 싸움을 하면서 어떠한 실타래도 풀지 못한다. 평화를 부르는 사랑을 할 적에 모든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아쉬움도 걱정도 내려놓고 시골로 오라. 전철도 버스도 멈추고 시골로 오라. 은행도 공장도 세우고 시골로 오라. 자, 이렇게 하면 어찌 될까. 사람들이 도시 쳇바퀴와 톱니바퀴 짓을 그만두고 시골로 오면 어찌 될까. 십만이나 백만이 모이는 집회를 한들 정치권력은 달라지지 않고 경제권력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십만이나 백만이 한꺼번에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오면 어찌 될까. 하루아침에 도시가 달라진다. 하루아침에 재벌회사가 두 손 번쩍 들리라.
쉽게 얘기해 본다면, 한가위와 설날을 떠올리면 되낟. 한가위와 설날 때처럼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 보라.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옴쭉달싹 못한다. 한가위와 설날에 도시사람이 몽땅 시골로 가더라도 시골은 붐비지 않을 뿐더러, 모든 도시사람을 먹여살리기까지 하고, 일거리도 많고 즐겁다. 자, 텅 빈 도시에서 삼성회사 우두머리가 무얼 하겠는가. 텅 빈 도시에서 대통령 혼자 무얼 하겠는가. 도시를 텅 비우면 그동안 바보짓을 하며 사람들을 억누르고 비정규직이니 알바생이니 무어니 하며 들볶던 그네들 권력자는 아무런 권력을 부리지 못한다. 위에서 시키기만 하던 바보스러운 우두머리 스스로 모든 톱니바퀴를 돌리거나 쳇바퀴질을 해야 한다. 긴 나날이 들지 않는다. 사흘쯤 도시를 텅 비운 채 시골에서 호젓하게 얼크러지면서 두레놀이를 하며 삶을 빛내자. 그러면 저들 권력자는 그네들 스스로 톱니바퀴와 쳇바퀴를 내동댕이칠밖에 없다. 사람들이 톱니바퀴로 다시 돌아갈 까닭이 없고, 사람들이 거듭 쳇바퀴질을 할 까닭이 없다. 돈버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할 일이 없다. 대통령이나 회사 우두머리나 정치꾼이 부질없고 덧없이 톱니바퀴질과 쳇바퀴질로 사람들을 억눌러도 사람들 스스로 ‘돈푼’에 얽매일 뿐 아니라 스스로 권력자 자리로 올라서고 싶다는 서글픈 밥그릇다툼을 벌이니, 자꾸자꾸 엉터리 정치·경제·교육·사회 틀거리가 단단해지기만 한다.
이리하여, 나는 대통령뽑기에는 눈길을 안 둔다. 대통령을 누구로 뽑는들 달라질 일은 없으니까. 나 스스로 내 삶을 사랑스레 바꿀 때에 온누리가 달라지고 이 나라가 달라지지, 대통령 한 사람 잘 뽑는대서 온누리가 안 바뀌고 이 나라가 안 바뀐다. 다만, 대통령을 굳이 뽑아야 한다면, 나로서는 ‘아줌마 대통령’을 뽑고 싶다. 아이를 낳아 사랑스레 돌보고 사랑스레 살아가며 사랑스레 살림을 꾸리는 아줌마가 대통령이 되어, 집살림처럼 나라살림 알뜰살뜰 여민다면 재미나리라 본다. (4345.10.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