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지는 시골

 


  보름달빛 하얗게 온 고을과 들판을 적신다. 달빛이 아주 환해 길과 집과 들이 훤하게 보인다. 밤하늘이 그리 깜깜하지 않다. 달빛을 받으며 훤히 열린다. 그러나, 이 달빛은 깊은 시골에서만 달빛이 될 뿐, 면내나 읍내로 나가더라도 전깃불빛한테 가로막힌다. 도시사람은 달빛이 있는 줄 느낄까. 도시사람은 별빛이 나란히 온 지구별을 감싸는 줄 생각할까. 달을 느끼지 않고 별을 바라보지 않으며 해가 뜨더라도 고작 하루가 되풀이되는 줄 여기기만 한다면, 삶을 누리는 보람은 어디에 있을까.


  보름달 지면서 하늘은 한결 까맣게 빛난다. 밤하늘이 까맣게 빛나면서 온갖 별이 반짝인다. 비로소 미리내를 볼 수 있고 아주 자그맣게 보이는 별을 만날 수 있다. 저 멀디먼 별 가운데에는 지구에서 보내는 빛을 받는 곳도 있겠지. 저 멀디먼 별나라에서는 지구빛을 어떤 빛으로 맞아들이거나 느낄까. 지구별 스스로 빚는 빛으로 느낄까, 지구별을 갉아먹는 전깃불빛 매캐한 공해덩어리 빛으로 느낄까. (4345.10.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