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구멍으로 들어간 연필
마룻바닥에 구멍이 있다. 나무에는 쐐기가 있고, 나무를 널따랗게 자르면 쐐기가 빠지며 구멍처럼 되곤 한다. 아이들은 이 마룻바닥 구멍에 놀이 삼아 연필과 볼펜과 색연필과 코바늘을 살살 넣다가 쏙 놓치며 밑으로 빠뜨리곤 했다. 나중에는 일부러 넣기도 했다.
가을햇살이 차츰 기운다. 여름햇살은 머리 위에서 쨍쨍 내리쬐지만, 가을햇살은 비스듬히 누운 채 비춘다. 이리하여 마룻바닥 밑으로도 햇살이 비쳐, 마룻구멍으로 얼마나 많은 연필과 볼펜과 색연필과 코바늘이 빠졌는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문득 한 마디 외친다. “이것 참, 문방구 하나 차려도 되겠군!” 아이들이 잃어버린 볼펜과 연필 때문에 새로 사는 볼펜과 연필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나도 글책이랑 볼펜을 숱하게 잃어버린다. 누구를 탓할 일은 없다. 그나저나, 마룻바닥을 뜯을 날에는 이 바닥에 있던 수많은 연필과 볼펜을 한꺼번에 되찾겠구나. (4345.10.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