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씨앗 책읽기

 


  시골마을에는 사람이 손수 심어 돌본 나무가 있고, 씨앗이 스스로 뿌리내려 자란 나무가 있습니다. 손수 돌보아 키운 나무이건, 씨앗이 스스로 자란 어른나무이건, 모두 사랑스럽고 아름답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꽃을 보거나 열매를 얻거나 울타리로 삼으려고 나무를 심습니다. 예전에는 옷장을 짜려고 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는 사람들 바람이나 마음하고는 살짝 다르다 할 테지만, 푸른 잎사귀와 밝은 꽃과 예쁜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이 심은 감나무에서 맺는 감알은 사람도 먹고 멧새도 먹습니다. 사람이 안 심고 나무 스스로 씨앗을 내려 이루는 나무에 맺히는 열매 또한 사람도 먹고 멧새도 먹습니다. 때로는 사람은 안 먹고 멧새만 나무열매를 먹곤 합니다.


  빨갛게 빛나는 나무열매를 바라봅니다. 큰아이는 빨갛게 빛나는 나무열매가 예쁘다면서 톡톡 땁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손이 안 닿는다며 열매를 따 달라고 했는데, 다섯 살이 된 올해에는 웬만한 데까지 손이 닿아 스스로 따서 즐깁니다. 큰아이는 빨간 나무열매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이 열매는 새가 먹는 거야. 새가 맛있게 먹을 거야.” 하고 말하다가는, “나도 먹어야지. 아버지도 먹어 볼래요?” 하고 묻습니다. “아버지는 안 먹어. 새한테 주자.” 하고 대꾸하는데, 큰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다가 슬쩍 혼자 먹습니다. “아, 맛있다.” 하면서 몇 알 집어먹더니, “새들 먹으라고 올려놓아야지.” 하면서 남은 열매를 이웃집 돌울타리 한쪽에 가만히 올려놓습니다. 가을이 빨갛게 무르익습니다. (4345.10.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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