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지켜보다

 


  네 식구 함께 맑고 밝은 가을날 한껏 누리려고 천등산 나들이를 간다. 밥을 먹이고 빨래를 마무리지은 다음 감 여덟 알이랑 물이랑 옷가지를 챙긴다. 낮잠이 살짝 모자란 아이들은 대문을 나서며 조금 걸을 때부터 이리 칭얼 저리 종알 힘들다 노래한다. 그러게, 잠 넉넉히 자고 일어난 다음, 밥 알뜰히 먹으면 얼마나 좋니, 자라 할 때 안 자고 먹으라 할 때 안 먹으니까, 이렇게 나들이 나올 적에 벌써 힘들다 소리 나오지.


  달래고 어르고 업고 안고 하면서 멧기슭 쉼터까지 오른다. 냇물에 낯을 씻고 감을 먹으며 쉰다. 작은아이가 한 시간 남짓 달게 자고 나서 멧길을 내려온다. 가을일로 바쁜 논배미를 지날 무렵, 가을걷이 끝내고 볏짚을 묶는 큰차를 지켜본다며 작은아이가 우뚝 선다. 작은아이 곁에 큰아이도 함께 선다. 두 아이는 한참 물끄러미 지켜본다. 큰아이는 이내 까르르 웃으며 다른 데로 달린다. 작은아이는 마냥 서서 바라본다.


  물끄러미 지켜보는 작은아이 가슴에 어떤 이야기가 스며들까. 작은아이가 받는 가을볕은 어떤 기운일까. 파랗디파란 하늘이 아이들 머리 위에서 춤춘다. 언뜻선뜻 비질을 하다 말다 그림 같은 구름이 하얗게 물든다. 온 들판과 마을에는 나락내음이 물씬 풍긴다. 들에서 일을 하건 들길을 걷건, 모든 마을사람은 온몸에 나락내음이 깊이 밴다.


  아이들은 날마다 새로운 삶을 바라보며 자란다. 어버이는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아이들 바라보며 나날이 새삼스레 넋과 얼을 북돋우며 함께 자란다. (4345.10.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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