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1] 맛있는 밥상
ㅇ시에 있는 고등학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퍽 머나먼 길을 고속버스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네 시간에 걸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를 타는데, 버스에 타기 앞서 밥 먹을 데를 살핍니다. 길가에서 맨 먼저 보이는 밥집으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시킬까 따로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밥상’이라고 적힌 밥이 무엇인가 여쭈어 두 그릇 시킵니다. 이른바 여느 밥집에서 ‘백반(白飯)’이라 이름을 붙여 내놓는 밥이 이곳에서는 ‘맛있는 밥상’입니다. 조금 기다리니 국과 반찬 몇 가지를 내옵니다. 살짝 허술하구나 느끼면서도 이름은 ‘맛있는 밥상’인 만큼 맛있게 먹자고 생각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어찌 되든 고맙게 받아서 먹는 밥이기에, ‘고마운 밥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맛은 있지 않더라도 ‘즐거운 밥상’이나 ‘반가운 밥상’이 될 수 있겠지요. 밥집마다 그날그날 새 국과 반찬을 내놓기도 하니까, 이때에는 ‘오늘 밥상’이나 ‘오늘밥’처럼 이름을 붙여도 어울려요. 때로는 가장 수수하면서 투박하게 ‘밥 한 그릇’이라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더 단출하게 ‘밥’이라고만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4345.10.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