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06. 책마실 아이와 헌책방 - 헌책방 유빈이네 2012.10.19.43

 


  돈 이천 원을 들고 헌책방으로 마실을 나옵니다. 아이는 돈 이천 원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텐데, 이 가운데 헌책방으로 책마실을 나와서 만화책 하나 가만히 살피는 놀이를 즐깁니다. 아이는 여러 만화책을 살피다가 한 권을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오래도록 들여다본 만화책은 내려놓고 다른 책을 하나 집어 장만해도 되지만, 굳이 오래도록 들여다본 만화책을 장만합니다.


  내 어린 나날을 돌아봅니다. 나도 이 아이처럼 책마실을 나와서 책을 살필 적에 오래도록 들여다본 책을 장만하곤 했습니다. 사서 읽고 싶은 책을 책방에 선 채로 먼저 죽 읽습니다. 죽 읽었으니 내려놓고 다른 책을 사지 않습니다. 참말 사서 읽고 싶은 책이기에 책방에 선 채로 한참 읽어 봅니다. 한참 읽으면서 그야말로 읽을 만하구나 하고 느껴서 즐겁게 장만합니다. 이렇게 장만한 책은 책방에서 한 번, 집에서 다시 한 번, 다음에 새롭게 한 번, 자꾸자꾸 되풀이하며 읽습니다.


  삶을 읽습니다. 책 하나에 기대어 삶을 읽습니다. 삶을 느낍니다. 책 하나에 빗대어 삶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글 한 줄 쓰거나 그림 한 장 그리면서 어떤 이야기를 책에 실을까요. 사람들은 사랑과 꿈과 믿음을 어떻게 나누고 싶어 책을 내놓고 책방을 열며 책마실을 다닐까요.


  돈 이천 원을 턱으로 집고는 만화책을 한참 살피던 아이는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헌책방 아저씨한테 책값을 내밉니다. 헌책방 아저씨가 에누리를 해 줍니다. 아이는 에누리받은 돈을 한손에 들고 새로 장만한 책을 다른 한손에 듭니다. 아이는 한손에 꿈을 들고, 다른 한손에 사랑을 듭니다.


  책을 읽는 동안 길거리 오가는 자동차 소리를 못 듣습니다. 책을 읽으며 길거리 오가는 사람들 수다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간질입니다. 가을해가 저물며 얼굴을 적십니다. (4345.10.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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