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영향 끼친 작가

 


  글을 쓰는 나한테 영향을 끼친 작가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있어 내 삶을 찬찬히 이야기한다. 먼저, 나한테 영향을 끼친 작가는 아직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한테 영향을 끼칠 작가는 앞으로 아무도 없으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나한테 영향을 끼치지, 어느 다른 사람이 나한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나 스스로 마음그릇이 넉넉할 때에 다른 사람들 글이나 책을 받아들이거나 헤아릴 수 있지, 내 마음그릇이 넉넉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 글이나 책을 못 받아들이거나 못 헤아린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 눈높이가 얕을 때에는 ‘둘레에서 아름답다고 손꼽는 책’을 내가 읽는다 하더라도 ‘이 책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눈높이 낮은 내가 못 알아채게 마련’이다. ‘알차고 훌륭하며 좋다 하는 책’이라 하더라도 ‘눈썰미 얕은 내가 못 읽어내게 마련’이다. 줄거리를 살피거나 훑는대서 책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알찬 이야기를 알찬 삶으로 받아들여 알찬 넋을 일굴 때에 비로소 책읽기가 이루어진다.


  곧, 나는 ‘아름다운 책이 얼마나 어떻게 왜 아름다운가를 알아챌 수 있게끔’ 스스로 눈높이를 기르고 가꾸며 북돋아야 한다. 마음그릇이 얕거나 눈높이가 낮을 때에는 어느 책을 읽더라도 못 알아듣고 못 알아보며 못 알아챈다. 눈높이가 낮은 사람은 어느 누구한테서도 영향을 못 받는다. 영향을 받는 일이란 ‘스스로 거듭나는’ 일이거나 ‘스스로 새 눈길을 얻는’ 일인데, 눈높이가 낮을 때에는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 마음그릇이 얕을 적에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아가지 못한다. 마음을 갈고닦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책도 읽지 못한다. 생각을 열지 못했을 때에는 어떤 스승이 곁에 있더라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나한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나한테 영향을 끼친다. 나는 나 스스로 곰곰이 돌아보거나 되짚거나 헤아리면서 나 스스로 얼마나 아름답게 거듭나고 얼마나 사랑스레 다시 태어나야 즐거운가를 깨달을 뿐이다. 내가 나를 가르치고 내가 나한테서 배운다. 스스로 삶을 일구면서 넋을 일구고, 스스로 넋을 일굴 때에 책 하나 글 한 줄 살살 녹일 수 있다. (4345.10.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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