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읽는 책
하루 내내 놀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루 내내 책만 읽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루 내내 놀기만 하며 지낸 어린 날을 떠올리면, 참말 놀기만 하면서 지낼 수 있다. 하루 내내 책만 읽던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예 책만 읽고는 지내지 못한다고 느낀다.
하루 내내 집일만 붙잡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루 내내 빨래만 하거나 밥만 짓거나 비질과 걸레질만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집일로 하루를 보내는 때가 꽤 있지만, 이렇게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만 보낼 때에 내 삶은 어떤 그림이 될는지 잘 모르겠다.
실컷 놀던 어린 날을 떠올린다. 그저 놀기만 하면 곧잘 지친다. 몸을 쉬어야 한다. 풀밭이든 모래밭이든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낮잠을 자든 딴짓을 하든 ‘놀이틈’을 만든다. 그러고 보면 신나게 놀기에 홀가분한 몸이 되어 책을 읽거나 어떤 공부를 할 수 있구나 싶다. 마음껏 뛰놀며 가벼운 몸이 되기에 집일이든 흙일이든 기쁘게 거들거나 물려받을 수 있구나 싶다.
놀이하는 힘이란 스스로 살아내게 하는 힘이리라 생각한다. 천천히 놀고 잽싸게 놀며 바지런히 놀고 느긋하게 논다. 천천히 살고 잽싸게 살며 바지런히 살다가는 느긋하게 산다.
놀면서 읽는 책이리라. 살면서 읽는 책이리라. 놀면서 가까이하는 책이리라. 살면서 가까이하는 책이리라. 책만 섣불리 손에 쥘 수 없다. 책만 딥다 파고들 수 없다. 노는 마음에 책이 깃들고, 놀며 즐거운 넋에 책이 스며든다. (4345.10.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