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0.2.
: 우체국 가는 가을길
- 한글날을 맞이해 새로 내놓은 내 책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를 둘레 이웃한테 부치려고 우체국에 간다. 책 예닐곱 권을 봉투에 싸는데, 큰아이가 곁에서 거든다. 테이프를 집어 주고 가위를 들어 준다. 천바구니에 편지꾸러미를 담는다. 자전거수레에 싣는다. 자전거를 마당에 내놓는다. 두 아이는 자전거 태워 주려는 줄 아는지 곧장 자전거 옆에 달라붙는다. 자전거 발판을 붙잡고 빙빙 돌리느라 바쁘다.
- 가을 날씨이기에 수레에 앉기만 할 때에는 바람을 많이 쐴 테니까, 두 아이 겉옷을 입힌다. 무릎에는 담요를 덮는다. 나락을 말리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아직 벼를 안 벤 논둑길을 달린다. 큰아이가 꽃을 꺾어 달라 하기에 꽃이 가득 핀 논둑에 멈추어 큰아이더러 스스로 꽃을 꺾으라고 얘기한다. 작은아이도 덩달아 꽃 한 송이 꺾는다.
-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는 동안, 두 아이는 우체국 바깥 계단을 오르내리락거리며 논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좀 다른 길로 가자 싶어, 동호덕마을 건너편 논자락을 타기로 한다. 자전거를 세운다. 두 아이를 내린다. 큰아이는 저 앞으로 콩콩 뛰듯 날듯 달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뒤를 좇는다. 잘 익는 곡식 내음을 온몸으로 맡는다. 가을바람을 쐰다. 가을햇살을 누린다. 신기마을 언저리까지 걷고 달리고 한 다음 다시 수레에 태운다. 잘 달리며 논 뒤인지, 두 아이 모두 수레에서 또 왁자지껄 떠들며 논다. 이제 집으로 슬슬 달리며 돌아간다.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