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누이는 마음

 


  큰아이를 재우려고 두 시간 즈음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른 적 있습니다만, 몇 차례 떠올리지 못합니다. 큰아이를 처음으로 만나 함께 살아가던 그무렵, 나로서는 아이들을 재울 때에 얼마나 따사롭고 느긋하게 품에 안아야 하는지, 또 자장노래를 부른다면 얼마나 나긋나긋 찬찬히 불러야 할는지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작은아이가 우리한테 새삼스레 찾아와 네 식구 살림이 되고부터, 이 아이들을 품에 안는 겨를과 이 아이들하고 나누는 노래결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아이들은 까무룩 잠들 수 있으나, 오래도록 잠이 못 들 수 있습니다. 개구지게 놀고 난 아이는 내 무릎에 누이기 무섭게 잠이 들기도 하지만, 개구지게 놀고서도 칭얼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잠이 못 들기도 합니다. 참 잘 놀았기에 새근새근 잠들고, 너무 많이 논 나머지 몸이 힘들기도 합니다.


  잘 놀고서 까무룩 잠든 아이는 이듬날 개운하게 일어납니다. 잘 놀았으나 몸이 힘들도록 뛰논 아이는 이듬날 좀 느즈막하게 일어납니다. 아무튼, 새 아침을 맞이해 새롭게 놀고픈 아이들을 마주하며 새삼스레 하루를 엽니다. 오늘도 이 아이들은 얼마나 개구지게 온 집안과 마당을 휘저을까 헤아립니다. 큰아이는 낮잠을 자꾸 건너뛰려 하지만, 작은아이는 아직 낮잠을 잘 자는데, 작은아이를 재우며 자장노래를 부를 적에 큰아이도 함께 낮잠을 누리면 얼마나 반가우랴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작은아이를 낮과 밤에 재우며 퍽 오래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목이 아프고 졸음이 쏟아져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곯아떨어지는 날도 있는데, 오늘은 작은아이가 아버지 무릎과 품을 갈마들면서 여러 시간 밤잠을 못 이룹니다. 낮잠을 재울 적에는 삼십 분쯤 노래를 부르며 새근새근 잠들도록 했는데, 밤잠을 재울 적에는 한 시간 남짓 노래를 부르며 재웠는데에도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달라붙습니다.


  아이들을 무릎에 누이거나 품에 안으면 따스하고 보드랍습니다. 아이들 몸에서 이런 따순 숨결이 흐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 몸이 이토록 보드랍구나 하고 느낍니다. 내 무릎은 얼마나 보드라울까요. 내 가슴은 얼마나 따스할까요.


  초승달이 아주 이울며 사라집니다. 깊은 밤은 아주 깜깜합니다. 아주 깜깜한 밤이 되니 별빛은 한결 밝습니다. 바야흐로 두 아이 깊이 잠들고, 아버지도 아이들 곁에서 드러눕고 싶습니다. (4345.10.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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